2025년 손원영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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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divisible 나눌 수 없는>

2025년 7월 17일~ 7월 28일

Relations 2302 detail cut Acrylic gouache on canvas, 197X162.5cm, 2023

손원영 | 관계풍경, ‘사이’의 회화

손원영의 회화는 ‘관계’에 대한 집요한 사유에서 출발한다. 

작가에게 ‘나’는 자율적 주체인 동시 수많은 타자적 조각들이 뒤엉켜 형성된 또하나의 세상이다. 신경망처럼 유영하는 퍼즐 조각들은 타인과의 교류 속에서 형성되며, 

이는 작가의 회화 안에서 선과 색, 층과 레이어로 가시화된다. ‘관계’는 곧 ‘나’이면서 ‘나 아닌 것’, 그리고 그 사이의 틈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진동이다. 

손원영은 이 보이지 않는 연결의 지점을 ‘사이(間)’라 명명하며, 퍼즐이라는 모티프를 통해 감각적 회화로 풀어낸다.

그의 작업은 중첩의 방식으로 구현된다. 밑색은 4-50회 이상의 드리핑을 통해 층위의 밀도를 형성하고, 그 위에 짜낸 물감으로 밝은 빛의 부분을 확장시키듯 그려간다. 

이는 일반적인 재현 회화의 매커니즘과는 반대로, 어두움을 묘사하지 않고 ‘빛을 그리는’ 방식이다. 작업의 표면은 가까이 다가가면 추상적이고 점진적인 흐름으로 보이지만, 일정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풍경이나 인물, 혹은 기억 속 장소처럼 구상의 이미지가 서서히 떠오른다. 

이는 관계의 본질, 즉 스스로는 명확하지 않지만 상호작용 속에서 드러나는 존재 방식을 은유한다.

최근 작가는 개인적 신체 변화, 특히 시력 저하와 난시의 경험을 회화의 언어로 수용하고 있다. 이미지의 윤곽이 흐려지고, 대비가 약화된 화면은 뚜렷함 대신 모호함을, 확실함 대신 겹침과 스밈을 택한다. 그 결과 작품은 즉각적인 인식이 어려운 시각적 착시와 감각의 지연을 유도하며, 구상과 추상이 공존하는 ‘양가성의 회화’로 확장된다. 

이는 단지 회화 형식의 실험이 아닌, ‘관계’라는 주제를 감각하는 방식으로 재해석하게 이끌어 낸다.

손원영은 풍경과 인물, 공간을 오가며, 그가 ‘직접 경험한 장소’에서 관계의 흔적을 끌어낸다. 앙코르 와트, 스테인드글라스의 빛, 서울 을지로의 오랜 골목들은 모두 작가가 마주한 타자이며, 그의 회화 안에서 ‘사람 없는 풍경’이 된다. 

이는 특정한 공간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 의미화된 장소성을 회화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평론가 안현정은 이를 ‘관계풍경(Relational-scape)’이라고 얘기한다.

작품을 구성하는 조각들은 마치 정형화되지 않은 비정형의 색면들이 서로 겹쳐진 상태에서 화면을 구성한다. 

레고처럼 짜맞춰지는 구조가 아니라, 구멍이 숭숭 뚫린 조각들이 느슨하게 만나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이 개체들은 각기 다른 색을 가지되, 자기주장을 하지 않으며 전체 속에서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구조는 마치 우리가 사회 속에서 경험하는 관계의 양태—우연이지만 필연처럼 연결되는 만남과 헤어짐—을 닮아 있다.

손원영의 회화는 ‘존재 이전의 상태’, 즉 아직 형태를 갖지 않은 가능성의 장으로서 읽힐 수 있다. 철학자 데리다가 재조명한 플라톤의 ‘코라(chôra)’처럼, 그의 화면은 생성과 사건 이전의 감각을 예비하는 공간이다. 각각의 조각들이 모여 사건이 일어나고, 하나의 풍경이 형성되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작품이라는 장 안에서 ‘나’와 ‘타자’의 경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손원영 회화의 가장 깊은 지점이며, 동시에 그가 그리고자 하는 세계, ‘관계의 회화’가 탄생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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