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를 미술로 만나다
달리가 석판 위에 화승총 쏴 만든 작품으로 돈키호테의 초인적 이미지 극대화
스페인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돈키호테 판화전이 22∼28일 인사동 윤갤러리에서 열린다. 영국의 세계적인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스페인의 대표적인 소설가 세르반테스의 사망 일을 기념하여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책의 날’(4월 23일)을 맞이해 기획된 전시로 세르반테스의 대표작인 ‘돈키호테’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된 달리의 석판화 25점이 출품된다.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가 17세기에 쓴 작품으로, 서양 문학의 최고봉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는 400여년 전 우리의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배를 받던 상황과 유사한 국가 파산상태에서 개인적인 절망을 체험하면서 이상과 현실 사이에 고뇌하는 인간의 내면을 가장 냉철하고 심도 있게 묘사했다.
광기 어린 주인공 돈키호테가 벌이는 사건과 매번 반복되는 실패는 엉뚱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돈키호테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상을 향해 뜻을 굽히지 않고 다가서는 인물로 ,그의 신념을 지키고 삶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은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끊임없는 삶의 도전정신을 심어주고 있다.
달리 또한 돈키호테 판화시리즈에서 무모하고 현실감 없는 한 인물상이 아니라 주위의 시선과 거듭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상을 향해 뜻을 굽히지 않는 초인(超人)으로 묘사하고 있다. 괴팍하고 독특하며 현실과 환상이 혼합되는 초현실주의 화법을 추구하며 스스로 천재라고 외치는 달리는 ‘돈키호테 판화 시리즈’를 통해 일상적 삶을 초월하여 삶에서 느낄 수 없는 숭고한 정서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요즘같이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지혜와 용기,내면적 성찰을 해보게 해주는 작품들이다.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1904∼1989)는 어떤 사람인가=마드리드 근처의 피게라스 출신으로 회화, 영화, 오브제, 건축, 설치미술 등 20세기 후반에 일어난 많은 흐름에 선구자적 역할을 한 초현실주의의 대표적인 작가다. 초기에는 입체파와 형이상학적 회화의 영향을 받았지만 후에는 초현실주의로 전환하여 자신만의 창작 기법인 ‘편집광적, 비판적 방법’을 발전시켰다.
자신의 노이로제 증상의 표출을 통해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표현 기법을 보였는데, 무의식을 상징화하기 보다는 뛰어난 사실적 기법으로 자신의 환상 세계를 기발하게 왜곡, 표현하였다. 그는 작품 속에서 이중적이고 기형적인 이미지를 창조했으며, 장르와 재료의 경계를 파괴한 비현실적 공간을 만들어 현실 세계의 ‘혼돈’을 체계적으로 표현하였다.
◆어떤 작품들을 볼 수 있나=달리가 1956부터 1958년까지 완성한 ‘돈키호테 시리즈’가 출품된다. 석판위에 화승총을 쏴 만든 작품들이다. 개머리판이 상아로 장식된 15세기 고급 화승총을 선사해준 이는 친구인 화가 조르주 마띠유. 1956년11월 6일 달리는 나룻배 한 척을 파리 센 강 위에 띄어놓고 그 위에서 석판 인쇄용 잉크를 잔뜩 집어넣은 납 판을 발사했다. 석판에 부딪혀 납작해진 그 탄환으로부터 ‘탄환예술기법’의 시대가 열린 것 이다. 그 석판에는 천사의 날개와 같은 신성한 얼룩이 나타났는데, 바람이 만들어 낸 듯 몽환적이면서도 역동적인 표현은 지금까지 어떤 기법으로도 얻을 수 없는 그런 것 이였다. 우연적인 효과를 극대화 한 탄환예술기법은 이후 세계 전역에서 크게 유행됐다.











